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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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편집 | 원본 편집]

  • 가짓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

(1) 전래

중부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는 흔히 오랜 옛날부터 우리 겨레가 먹어온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17세기 초엽에 전래되었다. 16세기에 중국에서 발간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고추에 관한 언급이 없으며, 일본의 『초목육부경종법(草木六部耕種法)』에는 1542년 포르투갈 사람이 고추를 전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도 고추가 일본에서 전래되어 왜겨자[倭芥子]라고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일본측 기록인 『대화본초(大和本草)』·『물류칭호(物類稱呼)』 등에는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고 하고,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본초세사담기(本草世事談綺)』·『성형도설(成形圖說)』 등에는 우리나라 혹은 남만에서 온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록들을 종합해보면 고추가 일본에 먼저 전래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일단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으나,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품종과 일본에서 들어온 품종,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품종들이 서로 교류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2) 성분

조선시대에는 고추를 ‘고초(苦草)’라고도 표기하였다. 오늘날에는 고추의 ‘고(苦)’ 자가 쓰다는 뜻으로 쓰이나 조선시대에는 맵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입 속에서 타는 듯이 매운 고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캡사이신(capsaicin)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기름의 산패를 막아주고 젖산균의 발육을 돕는 기능을 한다.

김치에 젓갈류를 넣게 된 것은 고추가 전래된 이후인 1700년대 말엽부터로, 캡사이신이 산패를 막아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캡사이신의 함량은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종자가 붙어 있는 흰 부분인 태좌(胎座)에는 과피(果皮)보다 몇 배나 많으며, 종자에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김장용 고추는 미국의 타바스코·테키산스, 일본의 다카노쓰메[鷹の爪]와 같은 품종보다 캅사이신은 3분의 1, 당분은 2배 정도 들어 있어 매운맛과 단맛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고추의 붉은색은 캅산틴·캅솔빈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수십 종이 어울려서 나타나는 것으로, 여기에는 몸 속에서 비타민 A로 바뀌어 비타민 A의 공급원이 되는 것이 많다. 또 비타민 C의 함량이 많아서 감귤류의 2배, 사과의 50배나 된다.

(3) 종류

고추는 서로 다른 품종이 바람에 의한 수정으로 쉽게 교잡종을 만들기 때문에 전세계로 전파되는 가운데 수많은 품종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의 농가에서도 해마다 잡다한 종자를 그대로 심어왔기 때문에 지방에 따라 여러 품종이 생겨나서 약 100여 종에 이르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산지의 명칭을 따서 영양·천안·음성·청송·임실·제천·제주·정선·장단·연천·진안·무주·금산·강경·보은고추 등으로 불리는데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양고추는 끝이 둥글며 열매에 윤기가 많고 매운맛과 단맛이 적당히 배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껍질이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온다.

잡다한 품종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재배되어 오다가 1953년경부터 원예시험장에서 전국 고추품종의 계통을 세우고 우수한 품종을 선발하여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 경상남도 고성군의 재래종은 열매수확량이 많고 맵기 때문에 김장용 고추로 권장되고, 동래 서동지역의 재래종은 수확 시기가 빠르고 수확량이 많으며, 열매가 크고 병해에 잘 견딜 뿐만 아니라 매운 맛이 약하기 때문에 채소용 고추로 권장되고 있다.

오늘날 외국의 우수품종을 도입하여 매우 많은 일대잡종(一代雜種)을 육성하여 시판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개량종 고추를 통틀어 호고추라고 하는데, 이것은 생육 초기에는 매운 맛이 적어서 채소용으로 알맞고, 생육 말기에는 매운 맛이 약간 늘어나서 건과용이 된다. 또한 열매가 붉고 굵으며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어서 가루가 많이 나는 이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재래종 건고추는 과피가 얇고 매운 맛이 강하며 고유의 독특한 맛이 있는데 이를 조선고추라고도 한다. 조선고추 가운데서 무주·진안산은 크기나 모양이 균일한 태양초이다. 태영초는 색깔과 광택이 선명하고 건조상태가 좋으며, 표피가 매끈하고 주름이 없는 것이 좋다. 또 꼭지가 부서지거나 빠진 것이 없어야 한다.

(5) 이용

잎은 어린 열매와 함께 졸이거나 데쳐서 나물로 이용되고, 열매는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갈아서 향신료로 쓰인다. 채소용 고추는 주로 날것으로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다. 또 반으로 쪼개어 속에 두부·쇠고기 등을 버무려 넣어서 전(煎)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하고, 통째로 구멍을 뚫어 젓국에 절여 놓았다가 겨울철의 밑반찬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홍고추는 생것을 갈아서 나물의 조미료로 이용하며, 건고추는 가루를 내어 김치의 양념으로 쓰거나 고추장을 담그는 데 이용한다. 특히, 고추장의 등장은 우리의 식생활의 면모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고춧가루나 고추를 다져서 넣은 양념과는 달리 고추장은 나물을 무치고 국과 찌개에 넣는 좋은 조미료가 된다.

또한, 생야채를 찍어먹거나 우리나라에 독특하게 발달한 다양한 쌈의 중요한 조미료가 되기도 한다. 초와 어울린 초고추장은 회와 생선회의 양념장으로 중요하다. 고추장에 오이·무·마늘종 등을 박아서 독특한 맛의 고추장장아찌도 만들게 되었고, 비빔밥의 풍모도 일신하여 놓았다.

요즈음에는 고추가 자극성이 강하여 위염이나 위궤양의 원인이 되므로 고추를 덜 먹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는데, 학설이 일정하지 않고 고추의 매운 맛 성분이 결코 몸속에서 흡수되지 않는 것도 확인되었다.

1800년대의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도 고추를 김치나 그밖의 조리에 알맞게 쓰라고 기록되어 있다. 알맞은 양의 고추는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게 되는 것이다. 다만,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는 일본의 『화한삼재도회』를 인용하여 그 성질이 대온(大溫)하여 매우 맵고, 많이 먹으면 화(火)가 동하고 창(瘡)을 나게 하며 낙태한다고 설명되어 있다.[1]

  1. [네이버 지식백과] 고추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